제 674 호 우리가 만들어가는 청춘과 문화, 축제
대학 축제 연예인 열풍
대학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로 대학 축제가 있다. 대학 축제는 각 대학마다 청춘, 휴식, 문화, 기부 등의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며 플리마켓, 음식점,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연예인들의 공연일 것이다. 연예인들의 공연은 축제의 밤과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것이며 누가 출연했는지에 따라 해당 축제의 흥행을 좌우한다. 연예인 섭외는 교내적으로는 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교외적으로는 학교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축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행사이다. 특히 봄, 가을의 축제 시즌을 앞두고 각 대학별 출연진 라인업이 SNS에 퍼지는 현상도 일어난다.
연예인 섭외에 따른 과도한 축제 비용
축제를 기획하는 총학생회 입장에서는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는가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이에 따라 연예인 섭외에 대한 예산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6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 비용은 평균 43%(약 3411만 원)을 차지했다. 우리 대학 역시 축제 예산 비용의 약 80%를 연예인 섭외 비용에 사용할 예정이며 나머지 약 20%를 사은품 및 운영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의 몇몇 대학들은 이와 같은 비용 과다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연예인 공연의 티켓을 유료로 판매한다. 예산 부족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학 축제가 대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로 암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표를 판매하는 고려대학교 축제와 연세대학교 축제는 시작 몇 주 전부터 온라인에 공연 티켓 판매 글이 수두룩하다. 건국대학교에서는 학교 측에서 재학생을 배려하여 3시간 먼저 입장이 가능한 ‘재학생 우선권’을 무료로 배부하였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를 외부인에게 1만 원에서 많게는 5만~6만 원까지 웃돈을 주고 판매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구매하더라도 정작 재학생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학생들의 꼬임에 넘어가 ‘재학생 우선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식이다.
문제가 지속되자 학교 측에서 이를 제재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된다. 자칫하다가는 축제 분위기를 망칠 우려가 있고 암표를 파는 이들 또한 재학생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학교가 나서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난감한 상황이다.
연예인 공연 없는 축제
그렇다면 연예인의 공연이 없이 진행되는 축제는 불가능할까? 비용 상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연예인 섭외를 없앤다면 운영비 사용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몇몇 대학들에서는 연예인 섭외 없이 대학생들이 스스로 대학 축제를 만들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의 경우 작년에 ‘2018 성신 대동제’를 개최하였다. 성신 대동제는 연예인의 공연도, 주점도 없이 진행되었다. 대신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부스들이 축제의 전반을 이끌었다. 축제 기획단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특히 대학 로망을 이루어주는 축제를 테마로 잔디밭에서 놀기, 영화 보기, 보물찾기 등을 기획하였다. 우리 대학 제2캠퍼스에서는 단과대 축제 진행 시 플리마켓,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해당 단과대 학생들만 축제를 즐기는 것이 아닌 타 단과대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대학 축제 패러다임 변화
축제 뿐 만아니라 대학 축제는 점차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주점이다. 대학 축제에서 주점이 없어진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각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 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공문을 보내 대학교 주점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현행법상 주류를 판매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하고 면허가 없는 자가 주류를 판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 때문에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대학생들은 축제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세청에서 대학 내 축제 주류 단속이 진행될 예정이다.
주점이 금지되고 나서 많은 학생들은 불만을 표출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대학에서는 축제 주류 반입 허용을 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총학생회가 당선이 되기도 했다.
주점이 없어진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연예인의 공연까지 없어진다면 많은 학생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또한 연예인 공연은 학생들이 대학 축제를 즐겨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학교의 홍보 목적도 있기에 없애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만만찮은 예산이 들어가는 연예인 섭외를 대학생만의 독창적인 문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내세워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 서울캠퍼스는 올해 청춘을 테마로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춘을 즐기는 주체는 대학생이며 그 즐김의 과정에서 연예인의 공연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공연이 축제의 중심 행사 일정일 뿐, 결코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는 하나의 대학 문화이자 대학생이 만들어가는 행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허정은 기자
김경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