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6 호 죽음으로 드러난 노동의 현실, 런베뮤와 과로사
죽음으로 드러난 노동의 현실, 런베뮤와 과로사 지난 7월 16일,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일하던 20대 남성이 과로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직원은 사망 당시 입사 14개월 차로,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본사 및 사망한 직원이 일하던 인천 지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사건의 발생 원인과 본사의 대처 ▲ 런던베이글뮤지엄 본점 (사진: https://www.msn.com/ko-kr/shopping/%EC%9D%BC%EB%B0%98/300%EC%9B%90%EC%A7%9C%EB%A6%AC-%EB%9F%B0%EB%B2%A0%EB%AE%A4-%EC%A2%85%EC%9D%B4%EB%B4%89%ED%88%AC%EC%9D%98-%EB%AC%B4%EA%B2%8C/ar-AA1PXSpF) 높은 퀄리티의 베이글과 세련된 영국풍 인테리어로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브랜드인 '런던베이글뮤지엄', 그러나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심각한 노동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직원은 26세 남성 정호원 씨로,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함께 살던 동료들이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9분 만에 도착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스케줄표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 직전 2~12주 평균 근무시간은 노동법상에 명시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긴 58시간, 사망 직전 1주 근무시간은 무려 80시간에 달한다. 고인은 사망 나흘 전인 7월 12일 인천점이 새로 개점하면서 이에 동원되어 과도한 근로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아 스케줄표에 기록된 시간 이외에도 퇴근 후에도 개별적으로 업무를 보거나 끼니를 거르는 등 더 많은 근로를 했다고 알려졌다. OECD 기준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돌연사의 가능성이 크게 상승한다고 한다. 또한 고인은 사망 직전 1주간 80시간을 일하면서 잠자는 시간 이외에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여 근무일 사이에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고인은 이 역시 보장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런던베이글뮤지엄 본사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초기 보도가 나왔을 당시 본사는 주 80시간을 일했다는 유족 측의 주장을 정면 부인하며, 고인의 평균 근로시간이 44.1시간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였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사진 (사진: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3311753) 노동자 건강 실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근무·교대근무·장시간근무를 하는 야간 고정 노동자들은 일반 근무자 대비 건강문제 발생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전체 임금근로자 38,599명 중 야간·교대·장시간 근무를 하던 집단이 6,102명(15.8%)이었고, 이 집단이 눈의 피로, 근골격계 통증, 위장장애, 수면장애 등을 더 자주 호소했다. 특히 새벽배송 등 심야 물류업종은 이 건강 문제의 중심에 있다. ‘쿠팡 새벽배송노동자의 불안정성과 과로 구조’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기사들은 평균 배송 시간이 약 8시간 39분, 근무 시작이 22시~7시 사이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65.1%가 업무 만족감을 표현했지만, 30.3%는 수면부족·고강도노동·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외에도 택배·물류 현장의 야간고정 노동자는 수면장애, 시력저하, 위장장애 등을 겪고 있다. 야간·심야 노동이 단순히 피로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2024년 발표한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저임금·노동법 위반과 함께 건강 이상 응답률이 높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통계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그 보호망이 현장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통해 본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법의 실효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규제는 존재하지만, 이를 실제로 지키지 않는 산업 환경 속에서 과로사는 반복된다. 정부는 2025년부터 표준 근로계약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심야노동 종사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독 인력 확충과 위반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는 관행을 멈춰야 하며, 소비자 또한 빠른 배송과 긴 영업시간의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노동자의 죽음은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법과 현실의 간극이 빚은 구조적 문제다. 이은탁, 박찬웅 기자
제 756 호 눈을 속이는 다크패턴, 교묘해진 소비자 기만
눈을 속이는 다크패턴, 교묘해진 소비자 기만 구독경제와 모바일 앱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개입하는 온라인 상술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해 불필요한 결제를 하게 만드는 이른바 ‘다크패턴’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사용자 환경(UI) 또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속여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기만적 상거래 행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0월 24일부터 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온라인 다크패턴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해석 기준과 권고사항이 담겼다. 특히 사업자가 소비자의 오인이나 불합리한 결제를 유도하는 UI·UX 설계를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 처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앞서 2023년 4월, 다크패턴을 행위의 작용방식과 피해 유형에 따라 ▲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등 4개 범주, 19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중에서도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 책정’, ‘특정옵션의 사전 선택’, ‘잘못된 계층 구조’, ‘취소·탈퇴 방해’, ‘반복 간섭’등 6개 유형을 중점 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다크패턴의 유형별 사례 소비자의 인지적 취약성을 이용한 구조적 기만 행위인 다크패턴은 여러 업계에서 발견된다. ‘특정 옵션의 사전선택’은 소비자가 원치 않아도 유료 옵션이 자동으로 선택되어 추가 결제가 이루어지는 형태다. 유료 추가 상품을 반드시 선택해야만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표시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또 다른 유형인 ‘숨은 갱신’ 은 무료 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 금액이 증액될 때, 별도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계약이 갱신되거나 서비스 요금이 결제되어 원치 않는 피해를 입게 된다. ‘잘못된 계층구조’ 유형 역시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 항목을 시각적으로 더 강조하는 유형으로 쿠팡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쿠팡은 결제 단계에서 소비자가 습관적으로 누르는 파란색 버튼의 문구를 ‘결제하기’에서 ‘동의하고 구매하기’로 변경했다. 색상과 위치는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게 한 채, 사실상 가격 인상에 동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반면 ‘나중에 결정하고 구매하기’ 버튼은 배경색과 같은 흰색으로 처리해 눈에 띄지 않게 했다. 공정위는 이를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가격 인상에 동의하게 만든 기만적 행위로 판단해 쿠팡을 포함하여 콘텐츠웨이브, 엔에이치엔벅스, 스포티파이 등 4개 사업자에 총 1,0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같은 다크패턴은 금융 서비스 앱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토스의 소액 보상형 이벤트는 반복 노출과 심리적 압박을 이용한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토스는 ‘용돈 받기’, ‘송편 만들고 1000원 받기’등의 미션을 통해 사용자의 계정 연동과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 은행 적금 가입이나 증권 계좌 개설을 사실상 강제하는 구조였다. 또한 ‘다른 이용자가 얼마를 찾아갔다’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사회적 신뢰를 강조하며 참여를 압박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의 참여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불안감을 유발해 비합리적 결정을 유도한다. 한편, 배달앱 업계는 이번 지침에 따라 시스템을 수정했다. 요기요는 메뉴 기본가격에 필수옵션 최소금액을 더한 금액을 표시하도록 개편했으며, 배달의 민족은 필수 옵션이 없는 경우 ‘0원 옵션’을 설정해 추가 비용 없이 주문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첫 화면에서 본 가격으로 실제 주문이 가능해야 한다며, 일부 가격만 노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 ‘0원 옵션’이 없는 주문 화면. (사진: 배달의 민족 옵션 설정 캡처) 또한 취소·탈퇴 방해 및 반복간섭 행위도 명확히 규제된다. 가입은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가능하지만 탈퇴는 상담원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하거나, 계정 비활성화나 요금제 변경만 허용하는 사례는 모두 위법이다. 소비자가 탈퇴나 결제를 취소하려 할 때 버튼을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하거나 여러 단계를 반복하게 만드는 것 역시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입점업주에게 최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2025년 7월 29일 현장 간담회에서 6개월의 준비 기간이 부여된 만큼, 계도기간 이후에는 고의적 위반은 물론 몰라서 위반한 경우까지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직권조사,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다크패턴의 부작용 기업의 입장에서 다크패턴은 단기적으로 고객 유지와 수익 확보에 효과적일 수 있다. 구독 해지율을 낮추거나 사용자의 앱 이용 빈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시장에서는 한 명의 이용자를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다크패턴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선 소비자 권익이 침해된다.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거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제공하도록 유도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 소비자가 기업을 불신하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충성 고객을 잃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의 디지털 소비 문화가 왜곡된다. 기업 간 경쟁이 정직한 서비스보다 유인 전략에 집중되면 전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다크패턴을 규제하는 법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EU는 2022년 디지털 서비스법(DSA)에서 다크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부터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서 규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기만적 설계를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다크패턴의 동의 유도(사진 : https://nocutnews.co.kr/news/5911679)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기업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교묘히 속이는 전략을 사용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기업 자신에게 돌아온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직한 서비스 운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업은 해지 절차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개선하고, 결제나 개인정보 제공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스스로의 선택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와 사회는 이러한 다크패턴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공정한 디지털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국 진정한 경쟁력은 소비자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업들이 명심해야 한다. 이은탁, 박현우 기자
제 756 호 “러닝 시작했어요”…모두가 뛰는 시대, 도심 속 러너 공간 생기다
러닝 인구 천만 명인 시대, 남녀노소 달리기 열풍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닝이 트렌드가 되었다. 특히 션, 박보검, 기안84 등 유명 셀럽들이 참여하는 러닝 크루가 알려지지며 유행이 가속화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즐기는 러닝은 단순히 달리기라는 건강한 활동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스포츠 패션과 활기찬 라이프스타일까지 다루는 힙한 문화가 되었다. ▲ 러닝하는 션과 기안84(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통계로 본 러닝의 인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4 국민 생활체육 조사는 러닝의 인기 확산을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 활동 중 걷기(속보 포함)가 41.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으며 규칙적 참여자가 주로 하는 운동 1위도 걷기였다. 달리기는 참여 경험 6.8%, 규칙적 참여 4.9%로 상위권에 자리하였다. 눈에 띄는 점은 개인화된 운동 방식이다. 셀럽들의 러닝 크루가 유행을 선도하는 것과 달리 체육 활동 시에 혼자 한다는 응답이 35.3%로 가장 많았다. 오롯이 자신의 건강과 힐링에 집중하려는 건강 지향적 목적이 강하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러닝에 대한 관심은 소비까지 이어진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러닝’ 키워드 검색량이 4.5배 늘었다. 또한 러닝 전문매장 이용 수치를 2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전체 이용 건수는 203%, 이용 금액은 216%나 급증하며 러닝에 대한 높은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러닝은 가벼운 취미로 시작하는 건강한 생활이자 소비 트렌드다. 한때 러닝은 철저히 ‘운동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헬스장 대신 거리로 나서는 러너들이 늘고 있고, 도심 속 짧은 러닝이 새로운 건강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의 러닝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이 약 400만개 이상, 러닝 크루의 등장과 함께 관련 온라인 게시물도 약 64만개 이상 게시되며 인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도심 속 러닝을 위한 러너 친화 도시 이처럼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도시 공간의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도시는 이제 러너들이 언제 어디서나 달릴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조성한 ‘러너스테이션’과 ‘러너지원공간’은 그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을 개소하며 처음으로 도심 속 러너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러너 전용 탈의실과 파우더룸,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까지 갖춘 종합 공간으로, 개장 1년 만에 16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방문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반응을 토대로, 서울시는 러닝 인프라를 좀 더 접근하기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 지난 10월 22일 광화문역, 회현역, 월드컵경기장역 역사 내에 ‘러너지원공간(Runner’s Base)’을 새로 조성했다. ▲ 광화문역 러너지원공간 외관 (사진: 이윤진 기자) 광화문역에서 만난 러너지원공간 특히 광화문역 8번 출구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러너지원공간은 러너를 위한 ‘도심 속 쉼표’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소이다.러너지원공간은 도심 중심부라는 접근성이 장점인 공간으로, 탈의실, 물품보관함, 파우더존을 갖춘 간편형 러닝 거점이다. 이곳을 찾은 공간환경학부 학우는“역 안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어 재학생들이 이용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교 후나 학교 근처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7016 버스를 타고 광화문역에 내려 짐을 보관한 뒤 러닝하면 좋을 것 같다”며, “주변에 취미로 러닝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좋은 공간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러너지원공간 내 라커와 파우더룸(왼쪽 사진부터) (사진: 이윤진 기자) 인근 직장인들은 대부분 퇴근 후 소지품을 맡기고 간단히 옷을 갈아입기 위해 공간을 찾았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접근성이 좋아 퇴근 전 시간대에는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가 늘어나 동시에 사용하는 데는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또, 위치가 광화문역 1번, 8번 출구로 들어간 뒤 지하 2층에 위치해 있음에도 안내판이 눈에 띄지 않아 다른 출구로 진입했다면 찾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초행길 이용자를 위해 시각적인 안내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형 러닝 인프라 확대 기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지만, 도심 속에서 가볍게 뛰는 러너들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러너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러닝 크루나 동호회에 속하지 않아도, 혼자 자신만의 루틴으로 뛰는 ‘솔로 러너’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러닝이 하나의 ‘생활 습관’이 된 지금,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손쉽게 준비하고 달릴 수 있는 기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러너 친화적인 공간이 계속 늘어나길 바란다. 이윤진 기자, 장은정 기자
제 756 호 청년층 노리는 신종 사기 급증
청년층 노리는 신종 사기 급증 최근 해외취업을 꿈꾸는 청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나은 근무환경, 다양한 경험, 높은 임금 등을 이유로 외국 기업 취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을 악용한 해외취업 사기와 로맨스 스캠 등 신종 범죄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 범죄 조직들은 경제적 불안정과 해외 경험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을 교묘히 이용해 접근하며, 단순한 사기를 넘어 감금, 폭행, 금전 갈취 등의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NS나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집 방식이 늘어나면서 피해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비교적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해외취업 사기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 대학생 납치·사망 사건은 해외취업 사기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해자는 “항공료 지원, 숙소 제공, 고수익 보장” 등의 조건을 내세운 해외 일자리 제안을 받고 출국했지만, 현지에서 범죄조직에 감금되어 강제노동과 폭행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해외취업을 빙자한 인신매매와 불법 온라인 범죄의 실체를 드러내며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처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해외취업 사기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범죄조직들은 주로 SNS,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접근하며, 면접 없이 즉시 채용하거나 항공료와 숙소를 먼저 제공한다고 유혹한다. 또 비자 없이 근무가 가능하다거나, 업무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약속하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피해자를 속인다. 이러한 제안의 대부분은 불법 취업이나 범죄조직의 인력 모집으로 이어진다. 일부 피해자는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온라인 도박이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불법 행위에 강제로 동원되기도 한다. 특히 관광비자나 무비자로 입국한 뒤 근무를 권유받는 경우는 대부분 불법 취업에 해당하며, 현지 경찰에 적발될 경우 구금이나 벌금, 강제 출국 등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 해외 취업 피해 예방 자료(사진: 교육부) 외교부는 해외취업 제안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거나 조건이 지나치게 좋을 경우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하였고, 청년층에게 월드잡플러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안전한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면접과 계약 절차가 투명한 기관을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출국 전 가족과 연락망을 공유하고, 여행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맨스 스캠 ▲로맨스 스캠(사진: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1627132&code=11171211&cp=nv_) 해외취업 사기와 함께 청년층을 노리는 또 다른 신종 범죄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사랑을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을 합친 용어로, 주로 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접근해 일정 기간 친밀한 대화를 이어가며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 뒤 금전적 요구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로맨스 스캠의 수법은 기술 발달과 인공지능 활용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 외국 전문직 종사자나 군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어에 능숙한 인력을 활용한 조직적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AI 기술을 통해 얼굴 합성, 음성 위조, 신분증이나 운송장 위조 등 점점 더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법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해자의 외로움이나 신뢰 욕구를 파고드는 심리적 접근이 더해지면서 피해자들이 관계를 의심하지 못한 채 속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피해 양상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선물 배송비, 의료비, 투자금 명목의 단순 송금 요구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상 자산 투자 유도, 운송 업체 사칭, 환전 사이트 접근 등 여러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로맨스 스캠은 단순한 금전 사기가 아닌 장기적인 심리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범죄 예방 및 앞으로의 대처 해외취업 사기와 로맨스 스캠은 모두 청년층의 불안정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노리는 범죄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높은 임금, 해외 경험, 관계 형성 등 긍정적인 기대 심리를 이용해 접근하는 만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 검증과 사전 점검이 필수적이다. 취업 제안이 과도하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거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온라인 인물이 금전 거래를 요구할 경우, 반드시 공식 기관이나 가족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계약서와 비자 등 법적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외교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등 공공기관에 즉시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나아가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경계심만으로 막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이다. 이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해외취업, 온라인 범죄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피해자들이 심리적,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는 등 사회적,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동시에 허위 정보 단속, 본인 확인 절차 강화, AI 기술을 활용한 사기 탐지 시스템 구축 등 정책적 보완도 함께 마련된다면 범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수형 기자, 조윤정 기자
제 755 호 '국정자원 화재', 피해 현황과 방지 대책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진: https://cc.newdaily.co.kr/site/data/html/2025/09/27/2025092700011.html) 지난 9월 26일, 대전에 위치한 국가정보관리원 전산실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나 정부의 주요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가 오후 3시 30분경 전산센터 내부에서 발생하여 서버실 일대로 확산되었다고 밝혔다. 불길은 화재 발생 후 9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6시 30분경 진화되었으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다수의 서버 장비가 소실되어 센터 내 전체 업무시스템 709개의 가동이 중지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27일 오전 0시에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였으며, 과학기술정부통신부는 정보통신 재난경보 ‘심각’ 단계를 선포하였다. 이후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어 화재를 수습하는 등 10월 27일 현재까지도 화재로 인한 국가 전반적인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마비된 정보시스템 이번 화재로 인해 행정안전부의 주민·민원 서비스가 수일 동안 접속 불가 상태가 되어 온라인으로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 발급이 불가능했고,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시스템 접속이 불안정해 대부분의 서류를 수기로 접수하거나 임시 발급 처리하기도 하였다. 또한 국세청 세무 행정 분야의 온라인 서비스인 홈택스 위텍스 전산망이 마비되어 전자세금계산서의 발급이 지연되고 일부 기업의 회계 마감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경찰 내부망 접속에도 장애가 발생하여 즉시 조회가 필요한 수배차량과 전과 조회 등이 지연되었으며 검찰청과 법무부의 사건관리 시스템도 일시 중단되어 형사사건 전산 입력·문서 전송이 지연되었다. 이외에도 금융권에서는 정부 API를 활용한 본인인증·연동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는 등 화재로 인한 국가 전반적인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가 일어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정부24, 홈택스, 경찰청, 국세청 주요 핵심기관 서버가 모여 있는 국가 전산의 거점이기 때문에 보다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다. 현재의 복구상황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피해 시스템 복구 현황 (사진: https://www.yna.co.kr/view/GYH20251023000400044?section=search) 화재가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으나, 현재까지도 피해를 입은 시스템의 복구는 진행 중에 있다. 피해를 입은 시스템 중 중요도가 높은 1등급 시스템 6개를 비롯한 156개의 시스템이 복구 중에 있으며, 피해가 집중된 전산실 및 서버구역의 재가동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버·스토리지 구매 및 장비 임차비로 약 1,303억 원과 기반시설 복구비로 약 156억 원, 데이터 분석·복구 및 인력 인건비로 약 6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화재로 인한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시스템 중 550개의 시스템 복구가 완료되어 77.6%의 복구율을 보이고 있으며, 한때 제기되었던 데이터 손실에 관련된 우려는 저장장치가 4중 백업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데이터 자체 소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로 종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가정보관리원 화재로 인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본 정보 자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팩 384개와 5층 2개 전산실 중 한 개가 전소되었고, 중앙부처 공무원 업무용 자료 저장소인 'G드라이브'가 전소되어 국가직 공무원들이 수년간 쌓아 온 각종 자료가 모두 소실되었다. ‘G드라이브‘는 백업 데이터가 없어 사실상 복구가 어려운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이번 화재로 858TB, 문서 약 2,746억 장에 달하는 국정자원이 완전 소실되기도 했다. 화재의 원인으로 드러난 정보시스템 관리 부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 (사진: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1221207.html) 이번 화재의 피해 규모가 늘어나면서 화재의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기에 그 원인을 단일하게 규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정보시스템 관리에 있어 총체적 관리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화재는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 15분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7-1 전산실에서 시작됐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안전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당시 작업자들이 무장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지하 이전 공사 진행 중에, 배터리팩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첫 발화가 시작된 지 1분 30초 만에 배터리팩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연쇄 폭발과 화염이 이어지며 전산실 내부는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경찰에 따르면 배터리 이동작업 중 UPS 본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 전원 차단기는 내려졌지만, 내부의 배터리끼리 연결된 부속 전원은 끄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터리를 분리하면 합선이 발생해 화재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배터리 자체에 대한 지적도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배터리의 정기 점검을 진행한 LG CNS는 지난해 6월 정기 검사에서 사용 연한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배터리를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국정자원은 정기검사에선 별 다른 이상이 없어 ‘정상’ 판정을 내리고 배터리를 계속 사용했다. 특히 배터리 이전 공사를 맡은 업체가 제3의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설 경험이 전혀 없는 작업자들을 투입하여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산망 마비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는 정보시스템 '이중화' 미비다. 이중화는 화재, 해킹 등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쌍둥이'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국정자원은 광주와 대구에도 분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중화 체계는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2023년 11월 발생한 '행정 전산망 장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국민 파급도가 높은 1·2등급 정보시스템은 네트워크, 방화벽 등 모든 장비에 대해 이중화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장애 발생 시 즉시 백업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재해복구(DR) 시스템' 구축 예산은 전체 예산(5,559억 원)의 0.5%에 불과한 30억 원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가 오히려 이중화 관련 예산 편성을 막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4월 각 부처에 '1·2등급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투자 금지' 지침을 내렸다. 일단 시범 사업을 거친 뒤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시범 사업을 통해 모델을 확정한 이후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가망 사업의 관리 주체인 행안부가 이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도 중요한 사안을 안일하게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산망 마비의 재발 방지 대책과 전문가 의견 ▲ 지난 9월 30일 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대본 6차 회의 사진 (사진: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1105)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화재의 신속한 복구를 위한 예비비 1,521억 원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이 예비비는 전산 장비 중 서버와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기타 장비의 구매 및 임차 비용으로 1,303억 원을 편성했다. 시설 구조 진단과 보강, 전기 시설 교체 등 기반 시설 복구비에는 158억 원을, 데이터 분석·복구 등 국정자원으로 투입되는 인건비에 63억 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2026년 예산안에도 이중화 사업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윤호중 장관은 이중화 구축 시범 사업 예산으로 75억 6,000만 원을 요구한 바 있는데 확정된 건 29억 5,000만 원이라며, 국회에서 증액하면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예산을 확보하고, 모자란다면 예비비 투입을 통해 필요한 사업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같은 공공 IT 인프라를 정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 대학원 교수는 "민간은 이미 인공지능(AI) 기반 관제 체계를 도입한 곳들이 많지만, 정부는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 '엔탑스(ntops·통합운영관리시스템)' 관제 체계에 머물러있다"며 재해 대응 능력에서 민간과 공공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백업 이중화 현황(사진:https://news.nate.com/view/20250929n37042) 정부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AI 정부 인프라 거버넌스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중화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TF에는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을 비롯해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복구 계획부터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한 정부 시스템 재설계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 장관은 피해 시스템은 복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시스템 관리체계 재설계 방안 등을 관계 기관과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디지털 정부 시스템은 곧 국민 생활의 안정과 직결되므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보 보안에 대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의정 기자, 박찬웅 기자
제 755 호 “아직 젊은데 벌써 걱정돼요”… 중장년보다 심한 MZ세대의 노화 불안
“늙는 게 싫어.” 요즘 20대 초반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노화에 대한 불안은 오랫동안 중장년층, 고령층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노화 불안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세대는 오히려 20·3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커지고, 경쟁적 사회 구조와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면서 청년층의 ‘노화 공포’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청년층에게 노화는 단순히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과 건강, 사회적 관계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직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층은 노화를 삶의 기회와 자원의 손실로 인식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부담과 불안을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60대보다 높은 청년층의 노화 불안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한국인 노화 불안 척도’ 발표 자료 (사진: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653427?sid=102)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이 지난 9월 17일 발표한 ‘한국인 노화 불안 척도’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평균 노화 불안 수준은 5점 만점에 3.23점으로 ‘보통 이상’ 수준이었다. 특히 건강 상태 악화(3.80점), 경제력 상실(3.57점)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졌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 청년층이 평균 3.38점으로, 40·50대(3.19점), 60대 이상(3.12점)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미래 불확실성, 노후 준비 부담,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청년층의 ‘미래의 노화 자아’에 투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층은 사회적 소외(3.31점), 노인 낙인 인식(3.30점), 죽음과 상실 불안(3.37점)에서 다른 세대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동성 저하, 관계 단절, 취미·여가활동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역시 중·고령층보다 뚜렷했다. 연구원은 “청년층은 현재 삶의 핵심 영역이 노화로 제약될 것을 ‘존재 상실’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여건과 생활환경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여성(3.28점)이 남성(3.17점)보다 전반적 불안이 컸으며, 미혼·무자녀·독거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불안을 보였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월세 거주자일수록, 그리고 국민연금·직역연금 등 공적연금 미가입자일수록 노화에 대한 불안이 컸다. 노화, 건강한 삶을 방해하는 이유라 생각 노화는 생애주기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청년층은 이를 손실과 위협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불안의 근원이 된다. 다시 말해, 노화가 전반적인 안녕(well-being)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한양대 연구원은 청년층의 노화 불안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삶의 축소 가능성’으로 설명한다. 청년층은 노화로 인해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가 제한되거나, 치매나 만성질환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현실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기대수명은 83.5세이지만, 건강수명은 72~74세 수준이다. 즉,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은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셈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30세 미만 2형 당뇨병 환자 발생률은 지난 13년간(2008년~2021년) 2.2배 증가했고, 유병률은 4배 가까이 늘었다. 20대 암 환자 역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44.5% 증가했다. 의료 기술 발달로 수명은 연장되었지만, 건강을 온전히 유지하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아졌기에 노후 부담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 만성질환 유병률에 대한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사진: 질병관리청) 특히 건강 문제는 경제적 불안과도 맞물려 있다. 노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교적 젊을 때부터 꾸준한 관리와 의료비 지출이 필요한데, 이는 경제적 안정이 전제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청년층은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낮은 임금, 높은 주거비로 인해 노후 대비를 시작할 여력조차 부족하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비정규직 확산 속에서 “늙어도 버틸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이 현실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건강과 경제의 이중 부담은 청년들에게 조기 노화, 활동 제약, 그리고 사회적 배제에 대한 복합적인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젊음이 곧 자산’이라는 인식 오늘날 사회는 ‘젊음’을 단순한 시기가 아니라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미디어와 SNS에서는 “젊을 때 즐겨야 한다”, “예쁠 때 기록하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동시에 몇몇 드라마와 광고는 노년의 삶을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묘사한다. 물론 최근에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긍정적인 서사도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 담론 속 노년은 무기력하거나 의존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며 ‘활력을 잃은 시기’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젊음을 하나의 ‘무기’로 여기고,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청년층 사이에 형성됐다. ▲유튜브에 ‘노화’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콘텐츠 (사진: 유튜브 캡처) 최○빈 씨(경영학과, 3) “요즘은 젊을 때 놀아야 한다, 예쁠 때 찍어둬야 한다는 말이 너무 많다”며, “젊음이 일종의 자산처럼 느껴지고, 그게 사라지는 게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 세대보다 취업이 어렵고 집값도 높으니까 지금도 버거운데, 미리 준비해 둔 게 없으면 나이 들어서 더 힘들까 봐 막연히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년층은 젊음이 곧 사회적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젊다’는 것은 곧 일할 능력, 사회적 관계망, 외모 경쟁력 등을 의미하며, 그로 인해 젊음은 하나의 ‘경제적 자본’처럼 여겨진다. 따라서 노화는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불이익의 시작점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안티에이징이나 슬로에이징(slow-aging) 산업이 20대 초반부터 빠르게 확산된 것도 이러한 사회적 압박의 반영이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가 자기관리의 형태로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는 ‘늙지 않기 위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연결 이러한 개인의 심리적 불안은 단지 자기 인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연령주의(ageism), 즉 노인 집단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태도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한국 청년 및 장년 세대의 노인과 관련한 연령주의의 심리적 기제: 연령사회정체성과 노화불안을 중심으로(2022)’에 따르면, 개인의 노화불안이 노인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태도로 발현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보고서는 “노화불안이 심리적 위협으로 작용할 경우, 노인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부정하려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청년층의 노화불안은 세대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노인 = 약자’라는 고정관념은 세대 간 단절을 심화시키고, 노년층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축소시킨다. 청년들이 노년의 삶을 ‘경험의 축적’이 아닌 ‘활력의 상실’로만 인식하게 될 때, 사회는 점점 더 나이 드는 것을 부끄럽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이 지속된다면, 개인은 노화를 더욱 두려워하게 되고, 사회는 세대 간 연대보다는 회피를 선택하게 된다.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청년층의 노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준비와 제도적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 먼저, 노인 세대가 늙어서도 사회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자리 지원과 안정적인 연금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층은 노후를 단순히 ‘경제적 부담’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사회적·경제적 참여가 가능한 삶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청년층의 미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취업 문제와 소득 안정성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고용 구조와 합리적 임금 체계, 주거와 생활비 부담 완화 등 현실적인 기반이 마련될 때, 청년층은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데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 건강 측면에서도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 조기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 체계가 강화되면, 청년층은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노후’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 미디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미디어가 젊음을 과도하게 이상화하고 노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할수록 개인의 불안은 커진다. 따라서 노화를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으로 보여주는 콘텐츠 확산과, 다양한 세대의 삶을 균형 있게 다루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청년층의 노화 불안은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구조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발생한 복합적 현상이다. 안정적인 고용과 기본적 경제 안전망, 그리고 긍정적 사회 인식이 뒷받침될 때, 청년들은 노화를 두려움이 아닌 삶의 또 다른 단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윤진 기자
제 754 호 세상에 나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
미래 사회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것이 있다.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이다. 어린아이들의 상상 속이나, SF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이 자동차는 교통 체증 해소와 이동 혁신의 대안으로 꾸준히 주목 받아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한계와 안전 문제, 과거보다 많아진 규제로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았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Alef Aeronautics)’가 선보인 전기 비행 자동차 ‘모델 A’가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생산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상용화 시작한 플라잉 카, 모델 A 2015년 미국에 자동차 회사 ‘알레프 에어로노틱스’가 설립되었다.‘알레프 에어로노틱스’는 2017년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초기 투자자인 팀 드레이퍼에게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후, 그의 벤처 캐피털로부터 300만 달러의 시드 펀딩을 지원받았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수직 이륙 후 옆으로 기울어 비행하는 플라잉 카(Flying Car)를 개발하고 홍보해 왔는데, 올해 그 결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플라잉 카인 ‘모델 A’가 세계 최초로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NBC NEWS가 공개한 보도 화면에는 모델 A가 SUV 차량을 훌쩍 넘어 그 위 상공을 10m 비행한 뒤 수직으로 지상에 착륙하는 놀라운 장면이 담겼다. ▲알레프 에어로노틱스의 플라잉카 모델 A 비행 시연 모습(사진: https://www.youtube.com/watch?v=oy4AFQzrcm8) 에어로노틱스의 설명에 따르면, 모델 A는 일반 도로 주행뿐만 아니라, 수직 이착륙과 전 방향 비행이 가능하다. 좌석에는 수평 유지 장치인 짐벌(gimbal)이 탑재되어 있어 비행 시에도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약 354km이고, 비행 가능 거리는 최대 약 177km에 달한다. 모델 A는 차량 최초로 미국 연방 항공청(FAA)에서 항공 인증을 받았으며, 초경량 항공기로 분류돼 별도의 비행 인증 없이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미연방 규정상 안전을 위하여 낮 시간대에만 비행이 허용되고, 도심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운항을 제한하는 제약도 존재한다. 모델 A의 가격은 한화로 약 4억 1천만 원으로, 현재까지 사전 예약 건수는 3,3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에어로노틱스는 이번 모델 A의 생산과 상용화를 시작으로, 2035년에는 모델 Z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델 A 외에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기업들의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비행 택시 영국에서는 2025년 5월, 현지 기업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가 개발한 전기 항공기 ‘VX4’가 민간항공청(CAA)의 승인을 받아 일반 비행 구역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는 제한된 실험 조건을 넘어, 전 세계에서 항공 규제가 가장 엄격한 곳으로 꼽히는 유럽 공역에서 운항한 최초의 사례로 의미가 크다. VX4는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최대 시속 240km로 약 160km 비행이 가능하다.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중 정지 기능을 갖추었고, 경량 항공기처럼 기울어진 비행도 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2028년까지 비행 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안으로 헬리콥터처럼 완전한 수직 이착륙과 날개를 이용해 공중에 정지한 상태에서 순항 모드로 바꾸는 전환 비행도 시연할 예정이다. ▲영국의 비행 택시(사진: 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5/29/2025052990075.html) 현대의 하늘을 나는 차 현대차그룹은 CES 2024에서 미국 법인 슈퍼널을 통해 차세대 도심 항공 모빌리티(AAM) 기체 S-A2를 공개했다. S-A2는 전장 10m, 전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로, 헬리콥터와 날개를 사용하는 고정익 비행기의 장점을 결합한 틸트로터 방식을 사용한다. 수직 상태에서는 로터의 방향을 기울여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수평 상태에서는 비행기처럼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다. 활주로 없이 이착륙이 가능하고 기존 항공기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S-A2는 이 방식을 활용해 최대 고도 400~500m, 시속 200km로 비행하며 도심 내 60km를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항공기 수준의 안전성 확보, 저소음 설계(45~65dB), 현대차의 전기차와 대량생산 기술을 접목하여 상용화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사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0970)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기술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생활 방식과 도시의 구조까지도 변화시킬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 역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내일의 풍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도연 기자, 정수형 기자
제 754 호 한국인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세계 행복의 날’ 일러스트(사진:ChatGPT 제작) 지난 3월 20일 유엔(UN)은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세계 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웰빙 연구센터, 여론조사기관 갤럽, 유엔지속가능개발솔루션 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세계 각국의 삶의 수준 정도를 측정해 해마다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인 3월 20일에 내는 보고서다. 2025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147개국을 대상으로 국민이 자체 평가한 삶의 질 평균을 3년간 분석했다.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부패 인식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별 평균 행복지수를 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147개국 중 58위에 자리했다. 지난해보다 6계단이나 떨어진 수치로 전쟁국인 이스라엘보다 낮은 순위이다. 혼자가 익숙해진 대한민국 한국은 지난 60여 년에 걸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개발 도상국 시기에는 경제성장과 형평의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세계로부터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성장 잠재력의 하락과 형평성의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었으나, 한국인의 삶의 질은 개인당 소득, 수명, 교육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유엔(UN)의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인은 점차로 자기 삶에 대해 행복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른 사람과 더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식사를 더 자주 함께하는 사람일수록 주관적인 행복감이 더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혼밥 횟수는 일주일에 5.4회로 혼밥 문화로 알려진 일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2003년 이후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53%나 증가했으며, 미국의 행복 지수는 역대 최저 순위인 전체 24위를 기록했다. 얀 에마뉘엘 드네브 옥스퍼드 대학 웰빙 연구 센터 소장은 “식사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견인하는 데 예상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 한다”며 “사회적 고립과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우리는 사람들을 다시 식탁에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하면서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주목했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사진:https://www.worldhappiness.report/ed/2025/) 잃어버린 더불어 사는 행복 개인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환경이란 정치적 안정감이 될 수도, 본인이 처한 시대적⦁문화적 상황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국민의 삶을 평가할 때 경제 상황이나 GDP와 같은 경제지표가 주요 기준이 되었으나 현재는 경제적 소득 이외 삶의 전반적인 질이나 만족도를 의미하는 행복지수도 그 나라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개인의 주관적인 만족도를 측정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질문한다. ‘자기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자유가 있다고 느낍니까?’, ‘건강 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의지할 사람이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8위로 비교 국가 중 상위 그룹에 속한다. 반면, 삶의 만족도가 낮으며, 사회적인 지원, 삶을 선택할 자유, 부패 인식 등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의 소득수준 상승과 더불어 평균수명의 연장 등으로 삶을 어떻게 하면 보다 질적으로 행복하게 ‘잘(well)’ 사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가의 부와 국민소득수준이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있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적인 부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객관적인 삶의 질과 함께 주관적인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두레’라는 단어가 있다. 두레란 농촌에서 농민들이 농사일이나 길쌈 등을 협력하여 함께 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만든 공동 노동 조직이다. 과거 농경사회에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 돕고 함께 생활했다. 하나, 현대사회에서는 집단주의는 약해지고 개인주의는 강해졌다. 경쟁은 과열되고 이웃끼리 무관심해졌으며, 결국 사회는 발전했으나 우리는 불행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포용하며 더불어 살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상호 관심과 접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범상 기자
제 753 호 불법 사이트에 잃어버린 창작자의 권리
불법 사이트에 잃어버린 창작자의 권리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다양한 창작물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전자책 등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 뒤에 저작권을 침해하며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불법 사이트'가 존재한다. 불법 사이트는법률 위반과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관련 산업 전반에 경제적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많은 이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 안내(사진 https://news.tf.co.kr/read/life/1745388.htm) 솜방망이 처벌과 끈질긴 우회… 막기엔 역부족?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다양하다. 최신 영화나 인기 드라마는 물론 전자책, 웹소설, 웹툰까지 그 범위가 넓다. 특히 웹툰과 같은 콘텐츠는 한 회당 제작 기간이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리기도 하며, 작가 개인이 운영비, 인건비, 체력적 한계를 모두 감당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불법 사이트에서는 무단으로 유포된다. 사용자들은 클릭 한 번이면 콘텐츠를 쉽게 감상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창작자의 노동이 무시된 불공정한 구조가 숨어 있다.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단속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단속 후 접속이 차단되어도 새로운 도메인으로 우회한 사이트가 곧바로 등장하고, 사용자들은 다시 그곳으로 몰린다. 끊임없는 우회 사이트의 생성으로 단속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위험을 감수하며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려는 이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접속 차단을 우회하는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VPN을 이용해 해외 서버로 우회하거나, DNS를 변경해 접속하는 방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심지어 일부 불법 사이트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여, 정부의 DNS 차단 조치조차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단순히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불법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는 단속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VPN 애플리케이션 (사진: https://apps.microsoft.com/detail/xpdll90m2dttml?hl=ko-KR&gl=KR) 대학가에 만연한 불법 사이트 이용 불법임을 인지하면서도, 불법 사이트에서의 콘텐츠 소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가의 전공 교재는 불법 복제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표한 ‘2024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약 19.1%가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대학생과 대학원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83.3%가 전공 교재의 전자 스캔본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불법 자료를 찾는 이유로 교재 구매 비용 부담(39.0%), 여러 권 책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22.8%), 필요한 페이지만 사용 가능함(8.5%) 등을 꼽았다. 실제로 전공 교재 한 권의 가격은 약 5만 원 정도이며, 해외 원서의 경우 가격 부담은 더 올라간다. 높은 콘텐츠 비용, 불법 사이트의 만연으로 학생들은 별다른 경각심 없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다. 전공 교재의 전자책이나 디지털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거나 대출 시 수량과 기한이 제한적이므로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이나 선배들에게 불법 교재를 사고 팔기도 한다. 불법 사이트 이용은 도덕적 일탈과 함께 비용 부담, 접근성 부족, 제도적 대안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라 볼 수 있다. 불법 사이트 이용, 대책은 불법 사이트를 통한 콘텐츠 이용은 단기적으로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지식·문화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처벌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고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공 교재의 합법적 전자책 확대, 중고·대여 제도 활성화, 도서관 디지털 자원 확충 등이 그 대책이다. 일부 대학의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에서는 학생 복지 차원에서 필수 교양이나 전공과목의 교재를 구비하여 대여해 주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불법 공유 파일 대신 합법적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대학의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현실적 필요를 반영한 제도적 대안과 저작권 존중 문화의 형성이 필요하다. 이은탁 기자, 박현우 기자
제 753 호 알바도 마음대로 못 구해…아르바이트 구직 경쟁
알바도 마음대로 못 구해…아르바이트 구직 경쟁 최근 아르바이트 시장에서의 구직 경쟁이 치열하다. 인건비 급등, 운영 환경 악화 등의 이유로 아르바이트 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알바 채용 시장은 ▲1월 -22.1% ▲2월 -19.7% ▲3월 -26.4% ▲4월 -21.0% ▲5월 -17.4% ▲6월 -10.3% 등 상반기 내내 전년 대비 채용 공고 수가 감소하여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하는 대학생들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직 시장 현황 ▲최근 7년간 아르바이트 구직 경쟁률 (사진: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8/09/752Q3E44T5ERRLSS3UXK7QVIRI/ )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채용 공고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19.6% 감소했다. 구직자가 몰리면서 공고 한 건당 평균 지원자 수는 4.3명으로 늘어났다. 알바천국은 이 수치가 코로나 19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라 설명했다. 특히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식당·카페 등 외식·음료 업종의 경우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공고 수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27.9%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상반기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추세 (사진: 알바천국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829_0003308325 ) 하반기에는 일시적인 반등 조짐이 있었다. 지난 7월 알바천국 내 전체 채용 공고는 전년도 동월 대비 5.9%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알바 지원자수도 전월 대비 3.4%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다. 구직자 1인당 선택 가능한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는 1~7월 누적 기준 0.24로, 상반기 기준 수치(0.23)보다 소폭 상승했다. 공고 1건당 평균 지원자 수는 같은 기간 4.1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월 대비 운전·배달 업종 공고는 61.1%, 고객상담·영업·리서치 업종 공고는 43.6% 증가한 반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음료 업종 공고는 여전히 2.8%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왜 줄어들었나 채용 공고의 감소는 주로 인건비 부담에서 비롯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음식점업의 노동시장 동향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인건비 급등, 운영 환경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 140원으로 인상되었는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한 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경기 침체로 매출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일부 고용주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으로 운영을 유지하거나,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자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한 인력 충원 사례까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생이나 청년층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인식되던 외식·음료 업종의 식당, 카페 알바 등이 이제는 희소 자원이 된 셈이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력서를 여러 곳에 제출하거나, 높은 노동 강도로 선택지에서 배제되던 단기, 육체노동 알바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청년층 빈자리 채우는 중장년층 ▲통계청 2025년 8월 고용동향 (사진: https://www.widedaily.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615) 아르바이트 불황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연령대별 취업 구조의 변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 5천 명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40만 1천 명 증가했다. 이는 청년층이 주로 차지하던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중장년층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보여준다. 고용주의 인식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일부 사업체는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이 책임감이 강하고 장기근속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채용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식·서비스 업종에서는 잦은 퇴사로 인한 인력 공백이 크게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은 단기 일자리가 줄어드는 동시에 중장년층과의 경쟁까지 겹쳐 구직난이 한층 심화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고령화 현상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퇴 이후 재취업이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단기 근무와 유연한 근로 형태를 선호하는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경우,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아르바이트 시장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아르바이트 구조 아르바이트 불황은 더 이상 특정 세대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청년층은 구직 기회가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중장년층은 생활비 마련과 재취업을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세대 간 취업 구조가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채용 공고를 늘리거나 인건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균형 있는 고용 구조를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업종별 인력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고령화 시대에 맞는 장기적 고용 정책과 청년층의 생활을 기반으로 한 안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아르바이트 시장은 세대 구조뿐만 아니라 경기 변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 침체 시 일자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특성을 고려해 근로 시간을 조정하거나 단기·계절 인력을 활용하는 등 유연한 고용 방식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아르바이트 시장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은탁 기자,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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